제목 [에세이] 내숭올림픽, '우아'한 장외경기
작성자 김현정 (ip:)
  • 작성일 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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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느 날 청명한 하늘에 매료됐다.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화실을 나와 무작정 걸었다. 산책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생각이었다. 동네 공원이 보였다. 공원에는 각종 운동기구가 어림잡아도 30개는 넘었다. 사람들은 모두 가벼운 차림으로 운동에 열중했다. 상의로 셔츠만 입은 채 역기를 드는 아저씨와 공중 걷기에 한창인 아줌마도 보였다. 모두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평온해 보였다.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꽤나 있었다. 운동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삶은 즐기는 듯 보였다. 치열한 경쟁을 위해 휴식마저도 철저하게 계산하며 피트니스센터에서 몸을 만드는 현대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내숭 시리즈는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사람들을 희화화 한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내 자신의 모습도 투영돼 있다. 이번엔 내숭에 올림픽을 입혀봤다. 운동을 하는 내숭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바쁜 도시인들이 현실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종목은 제한적이었다. 역기, 당구, 볼링, 스노보드, 실내 암벽등반. 게다가 내숭녀는 동네 공원에서 운동하던 아줌마, 아저씨들과 같은 운동 기구를 사용해도 태가 달랐다. 폼생폼사. 경기 규칙을 잘 몰라도 심판석에 앉아 레드카드를 날린다. 몸을 흔들며 운동 기구를 사용하는 중에도 왼손에는 스타벅스 커피가 들렸다. 당구 보다는 당구채에 초크를 칠하는 데 더 열중했다. 실내 암벽에 오르는 서투른 모습도 어딘가 미덥지 않아 보였다.

올림픽 자체도 역사적으로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 남작의 주창으로 부활한 근대 올림픽은 스포츠 제전을 통해 각국이 서로 이해하고 우정을 다지며 세계평화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경쟁 보다는 참가 자체에 의미를 뒀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서 과도한 경쟁, 부정부패, 약물 남용, 상업화 등으로 순수했던 당초 취지는 퇴색됐다. 여전히 겉으로는 아마추어리즘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상업화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내숭녀는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 몸을 맡겼다. ‘올림픽이라는 타이틀은 거창한 경쟁에 내몰린 것처럼 읽히지만 실제 그녀가 참여한 종목은 생활 체육에 가깝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운동에서 마치 오랫동안 강한 훈련을 받은 올림픽 선수처럼 한껏 폼을 잡았다. 몸은 공원인데, 마음은 올림픽 경기장에 가 있다. 그렇게 올림픽의 흥분, 즐거움, 환희, 기대, 절정을 만끽했다. 복잡한 경기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경쟁을 즐기며 자아를 계발한다. 그런 치열함에서 성장한다. 나도 그런 내숭녀다.




 김현정 Kim, Hyun - Jung /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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