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에세이]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작성자 김현정 (ip:)
  • 작성일 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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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계와 잇는 보이지 않는 끈에 관하여 생각을 한다. 내려놓지 못하는 것들을 내가 끈으로써 움켜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끈에 묶여 끌려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나와 세계를 매개하는 이 힘의 정립은 때론 팽팽하고 또 때론 느슨하지만 언제나 변함 없는 바는, 이 끈으로써 세계는 역설적이고도 자연스럽게 나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끈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경우에도 끈을 움켜쥐고 나를 둘러싼 세계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하는 한 여지없이 나를 둘러싼 세계에 주도권을 넘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 끈이 나를 허무로 이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좇는 것은 거의 본능적인 것 같다. 나에게 있어 을 둘러싼 긴장은 나를 둘러싼 다른 사람의 시선과 내 자아 사이의 긴장으로 환원된다. 나는 나의 작업을 통해, 아마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이는 그 원초적 지배력의 실체를 밝혀보고자 한다.내숭은 내가 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묶여 있는지 모를 그 끈의 실체를 드러내, 세계와의 끈다리기에서 주도권을 잡아보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내숭:본능내숭:주객전도에서 인물이 움켜쥐고 있는 끈은 나와 세계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긴장의 메타포이다.

 

어쩌면 모른 척 이끄는 대로 따르는 것이 순리인지 모르겠다. 그것은 마치 중력과 관성을 따라 바람을 가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다고 하여 편안한 것은 아니다. 보드에 작용하는 중력에 따라 슬로프 아래를 향하는 것이든,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자유낙하를 하는 것이든, 스케이트의 관성에 몸을 맡기고 바람을 가르는 것이든 모두 물리적 원리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그 즐거운 순간에도 위험은 병행하며 일말의 공포심은 공존한다. 자연스럽다고 하여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나는 자연스러움 속의 불편함을 감수(感受)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실은 우리를 옭매고 있던 통념 을 흔들어 보기로 하였다. 어떤 의례가 있을 때나 입는 우아하고 고상한 한복과 일상적이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의 대비, 전통적 의상과 현대적 소품의 대비는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때로 무비판적인 통념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면에 전통의상과 현대의 일상을 공존시키고 겉과 속이 다른 여인의 내숭이라는, 일종의 비상식 내지 아이러니를 형상화함으로써 통념에 파격을 가하는 것이다. 결국내숭은 나와 세계 사이의 긴장 속에서 나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고백적 작업이며, 이러한 작업을 통해 세계의 무분별한 지배로부터 자유영역을 확보한 주체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 견고한 긴장의 질서를 흔들어볼 뿐, 깨뜨리기 위한 시도까지는 나아가지 않으려 한다. 작가는 보통 사람들의 원초적 표현욕구의 대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보통 사람보다 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보통 사람이 어슴푸레하게 혹은 두루뭉술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의식을 예리하게 포착해 내거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슈지만 딱히 마땅한 표현 방법을 찾지 못하던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전문 직업인인 것이다. 작가의 일은 드러나지 않은 것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지, 그것을 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표현하는 것에 대해 평가와 감응은 관객의 몫이므로, 작가의식을 담백하고 편안하게 표현되어야 하며, 약간의 위트와 함께 전달된다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작가의식은 추상같아야 하겠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온후해도 충분하다. 내가 느꼈던 세계와 나 사이의 보이지 않는 끈, 그 긴장관계는 애초에 깨트려질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나는 그 긴장관계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을 공감할 어떤 관객에게 편안한 감상의 시간을 제공하고 싶다.




 김현정 Kim, Hyun - Jung /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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