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에세이] 그림 라디오 _ 8.내숭 작업의 화룡점정 '콜라주'
작성자 김현정 (ip:)
  • 작성일 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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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라디오]8.내숭 작업의 화룡점정 '콜라주'

살며시 들어 뜯어내고 이어 붙이고 조심스레 다시 들어 올려 겹쳐 낸다.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향을 풍기는 풀을 먹이고 색을 더한다.
열어놓은 문틈 사이로 아스라한 바람에 널어 놓은 고운 한지들이 수줍은 듯 몸을 떨어낸다.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손끝에 집중해서 화룡점정의 짜릿함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 어린 시절 종이 인형 놀이하던 내방으로 시간여행을 시켜 주는 작업,
그림을 그리는 모든 과정이 항상 즐겁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늘 변함없이 콧노래를 부르며 해내는 작업이 바로 콜라주(collage)이다.

<내숭> 시리즈의 제작에서 마지막 단계는, 웃옷 저고리와 치마에 한지를 붙여 콜라주(collage) 하는 것이다. 특히 콜라주는 얇은 한지를 활용하여 인물의 실루엣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가진다.



<내숭>에서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것은, 한복 저고리에 적합한 표현 방법을 차용한다는 데 1차적인 목적이 있었다.
 즉 한복 저고리의 서걱거리고 짱짱한 느낌을 실감 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한지 콜라주를 생각해 낸 것이다.
 한복의 치마는 품이 넓고 찰랑거리는 느낌이 있는 것에 비해 저고리는 약간 작다 싶을 정도로 몸에 맞게 맞추어서 좀 더 빳빳한 느낌이 있다.
 특히 어깨선의 느낌이 그러한데, 한지 콜라주는 그와 같은 한복의 질감을 드러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한편, 콜라주를 활용하여 인물의 실루엣이 드러나도록 표현한다는 것은 인물에게 한복을 ‘입힌다’는 인상을 강화한다.
인물의 치마 부분도 실루엣이 드러나는 수묵담채로 표현되지만, 특히 저고리는 얇은 한지를 옷 모양으로 덧붙여 표현함으로써 인물에게 반투명한 한복을 입힌다는 의미가 돋보이는 것이다.

대체로 한국화 작업은 책으로 정리된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체로 사제 관계로 전수를 받으며 작업을 한다.
여러 스승님께 전수받고, 나름대로 소화한 과정에 대해 정리를 하고자 한다.


첫째로 풀을 끓이는 과정이다.

전통방식을 전수받아 하는 5년 묵힌 전분 가루를 끓이는 일은 코도 즐겁다. 물과 전분 가루의 비율을 1:2.75로 맞추어 끓이며 저어준다. 작업실에 까르보나라 향이 가득하다. 그
리고 온몸에는 땀이 날 정도로 힘껏 막대를 저어 줘야 한다. 그 후 대나무 채에 걸러 풀을 부드럽게 걸러준다. 이 모든 과정에는 쇠가 접촉되면, 접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나무로 된 재료로 진행해야 한다.

둘째로 저고리의 색을 정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마치 쇼핑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이 인물은 어떤 색이 어울리는지 작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색상을 일치시키기 위해 색상표를 이용하여 저고리의 색을 정한다.

셋째로, 한지를 염색하는 과정이다.

저고리 부분은 이전에 고른 색상의 염료를 구하여 염색을 한다.
치마 부분도 간혹 콜라주로 표현하고는 하는데, 늘 먹으로 표현하고 있다.
얇은 한지를 구하기가 어려워 직접 한지 제작소에서 만든 한지들에 원하는 옷의 색감을 입히는 과정이다. 염색은 한지를 제작하며
닥에 직접 염색을 한 후 만드는 방법과 제작된 한지에 여러 번 색을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넷째로, 주름에 맞추어 처음에 제작한 풀을 가지고 붙인다.

마지막으로 손으로 실루엣에 맞추어 뜯는다.
투영하기 위해 시작한 기법이지만 이렇듯 많은 과정이 필요하고 잘못하면 의도된 실루엣이 상실될까 항상 긴장과 집중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콜라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누군가의 상처 되는 말을 지워내고 싶기도 하고 좋았던 감정들을 소중히 모아 내 삶에 잘 붙여놓고 싶기도 하다.
 조금만 거칠게 다루면 찢어져 버릴 감정들도 여러 기억과 함께 잘 나열하여 콜라주를 해놓으면 좀 더 단단하고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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