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에세이] 그림 라디오 _ 3.버스 속에서도 화장을 하는 여자의 심리
작성자 김현정 (ip:)
  • 작성일 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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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라디오]3.버스 속에서도 화장을 하는 여자의 심리


내숭: 나르시스 (2011) Feign : Narcissus


하루 중 가장 분주한 출근길, 버스 안은 생각보다 적막하다. 오랜 된 버스 의자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아침 뉴스를 진행하는 긴장감 도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뚫고 “톡톡” 소리가 들려왔다. 의문의 소리와 함께 파우더 향이 코를 자극한다.

향기를 따라 주변을 살펴보니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다. 버스의 흔들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으로 모닝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분명 매일 아침 버스 안에서 화장을 했으리라 미뤄 짐작해 본다.

하지만 버스 안의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며 늘 그렇듯 휴대폰을 바라보며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나는 후각으로 느껴지는 파우더 향을 맡으며 두 눈을 감고 오늘 아침을 떠올렸다.

서둘러 나오느라 미쳐 다 그리지 못한 아이라인이 신경 쓰인다. ‘끝을 더 올려 그렸어야 했는데 …’ 하는 아쉬운 마음에 나도 슬쩍 거울을 꺼내어 본다.

붓을 꺼내어 고도의 집중력으로 아이라인 그리기를 시도해 보지만 오늘따라 융통성 없는 도로는 버스를 사정없이 흔들고 있다. 다시 한번 숨을 몰아 쉰 후 숨을 멈춘 채 다시 도전해 본다.

내 표정이 어떤지 누가 날 보는지 신경 쓰이진 않는다. 그저 나의 시선은 손끝만을 향해 따라간다.

화장은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일까. 화장은 아름다움을 향한 본능의 발로일까.

그러나 남보다 예뻐지려는 마음, 혹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여성이 화장하는 이유를 이렇게 푼다. 사람들이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자아 보존 욕구, 남에게 주목 받고 싶어 하는 욕망, 유행을 좇는 모방욕구, 변화 추구 등의 이유로 화장을 한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분명히 있지만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은 본인이 아닐까. 내 얼굴의 부족한 부분이 화장을 통해 장점으로 승화된다는 사실은 매력적인 일이다.

물론 겉만 화려하게 치장하고 꾸민다고 모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의 깊은 고민과 사색 속에서 자신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화장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여러 도구 중 하나일 것이다. 
삶의 가치와 균형감을 잘 유지하면서 겉과 속을 가꾸고 꾸미는데 노력한다면 좀 더 예뻐지고 괜찮고 멋진 모습의 내가 있을 것 같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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