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내숭을 통한 자아 탐색, 백윤수(철학박사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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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론] 내숭을 통한 자아 탐색, 백윤수(철학박사미학전공)
영문 [C r i t ici s m] Self through Coy, Paik, Yoonsoo(Ph. D. Philosophy, Majored in Aesthetics),2013
중문 [評論] 通过 《装相》的 自我探索, 白倫洙(哲学博士美学专业),2013
년도 2013
코드 C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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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현정 평론]철학박사미학전공 백윤수,  내숭을 통한 자아 탐색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굴레를 지니고 살아간다. 그것이 어떤 어려움이든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해결하려고 하는 굴레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일것이다.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오히려 실제보다 더 확대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김현정 작가에게 가장 큰 문제도 이처럼 다른 사람과의 관계설정에서 발생하며, 따라서 이를 자기 작품의 주요한 주제로 선택하고 있다.

<나를 움직이는 당신>

<나를 움직이는 당신>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 · 시선 · 태도가 작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작가는 우선 자기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외부 사람이 호감을 지니고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더 나아가서는 그들이 자신을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를 원한다. 우리는 이를 내숭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데 작가는 태블릿 ․ 만화 ․ 리모콘 ․ 핸드폰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공통된 화제를 지니며, 이를 통해 자신이 그들과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이해시키려 하고 또 이를 매개로 실제 그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자신의 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 과정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수용을 전제로 하는데, 작가는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기본적인 면은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내숭 : 공(空)>


이러한 면은 특히 <공>의 머리에 달린 배씨 댕기의 모양을 다른 묘사와는 달리 원근법을 적용하지 않고 정면에 그대로 세워놓듯이 부각시키는 것에서 확인된다. 이는 자신의 참 모습이 겉에 드러나는 외면적 모습과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기도 하다는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인데, 양자 불일치의 상황을 내숭이라는 제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의 진정한 소통이라는 바람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한갓된 노력에 그칠 것이라는 염려를 <낯선 혹은 익숙함>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의 전선이 이어지지 않은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넌지시 보여준다. 작가가 지니고 있는 본래의 모습을 짐작하기 위해 우리가 참고로 할 수 있는 것들은 <Hidden Story>, <새벽 1시>, <떨림>, <공> 등에 등장하는 일상적이자 자질구레한 소품 등이다. 목마 ․ 봉제인형 ․ 골무인형 ․ 장난감 방망이 등 어렸을 때 사용하던 장남감 · 선글라스 · 헤어드라이어 · 구두 등 일상적인 용품 · 코끼리 · 하마 · 얼룩말 · 악어와 같은 동물 등 보통 사람들도 늘 좋아하고 사용하는 대상을 그림으로써 자신 속에 감추어진 생각과 욕망도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에서는 다양한 구두를 보여주며 이것들이 모두 불가에서 말하는 “공”이고 따라서 세속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또 그 대상을 구두로 정하여 그것들이 곧 떠날 것이라는 점을 아울러 암시하기도 한다.




<내숭 : 몰입>

작가가 외부에 드러내는 것이 그저 단순하게 잠깐 생각한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동안 곰곰이 성찰한 결과라는 것을 우리는 <몰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몰입>에서는 자신이 무엇인가에 침잠하는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자율신경에 의해 움직이는 엄지발가락의 모습을 재미있게 포착함으로써 이 모든 것이 의식적인 경지에서 무의식적인 경지로까지 나아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의도적으로 꾸며서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라 참된 모습이라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낯선 혹은 익숙함> 이나 <나를 움직이는 당신>에서 처럼 치마 속의 속옷을 그리는 장치를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절제>, <아차>에서 볼 수 있듯이 치마속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으로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일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작가의 진심을 느끼고 또 감동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윗부분의 속까지 다 보여주지 않는 것은 함축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말은 다 끝났으나 여운이 끝없이 넘쳐흐른다는(言有盡而意無窮) 시론의 뜻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이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가의 깊은 뜻을 엿볼 수 있다.

<내숭 : 아차>

세상일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것처럼 언제나 의도대로 잘 진행되지는 않는다. 생각지도 않은 실수가 중간 중간에 끼어들어 전혀 예기하지 못한 결과를 야기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오해를 사는 경우를 우리는 비일비재하게 겪고 이 때문에 또 새로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인간다운 매력을 느끼고 동질감과 연대감을 지닐 수 있다. 따라서 관점을 바꾸어보면 이러한 실수가 오히려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며 또 실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마음의 여유와 재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아차>에서 볼 수 있는데 많은 물건을 쇼핑하고 두 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어 경황이 없는 중에 신발이 벗겨진다면 참으로 당황하게 될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스위치가 소화에 맞춰져 있는데도 희미하게 불이 켜져 있는 경우인데,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오직 그림에만 몰두할 때 흔히 일어나는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아차라는 제목으로 바꾼 임기응변을 통해 한 순간의 실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오히려 유머로 전환시키는 작가의 심적 여유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타인과의 관계 설정에서 많은 신경을 쓰면서 이를 원활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피곤하면서 또 짜증스럽기도 한 일이다. 따라서 항상 이를 추구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심신의 피로를 풀어내고 아무런 생각도 않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더 나아가서 생각마저 하기 싫으며 그렇다고 졸리지도 않으면서 무기력하게 넋이 빠진 상태를 작가는 <멍>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테마의 전개를 거의 모두 배경 없이 그리는 형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이러한 방식은 김홍도의 <풍속화첩>에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며 여백의 미와 동시에 주제를 강력하게 제시하는 효과를 지닌다. 그리고 대상의 얼굴이 오른 쪽을 향하기도 하고 왼쪽을 향하기도 하며 아래 혹은 위로 향하기도 하는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자신 있는 용필 능력을 과시한다. 또한 유려한 선의 사용과 아울러 수묵 및 담채의 능숙한 구사는 형호(荊浩)가 말하는 유필유묵의 경지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제의 묘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늘 경험하는 친근한 과정을 포착하는 작가의 관찰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감상자에게 진실함을 전달하는 매우 적절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주제를 과장 없이 재미있게 드러냄으로써 그저 아름답게 그린다는 수준을 넘어 무엇인가가 그림 속에 있다는 암시를 강력하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그림을 보면 작가가 그림 그리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논어』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는데 작가가 그림을 즐기는 경지로까지 승화시킬 것을 기대한다.

 
내숭이야기 평론

철학박사미학전공 백윤수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및 미학과 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디자인 조형학부 전문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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