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크리에이터 | 한국화가 김현정 이야기- 내숭 시리즈2
'Oh! 크리에이터' 세 번째 편으로 내숭 시리즈의 재료와 표현기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김현정 작가는 한지 콜라주로 한복 저고리를 표현하는 이유, 안피 한지를 사용하는 이유와 직접 한지를 만들게 된 사연, 협업 방식과 작업 기간 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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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현정' 세 번째 이야기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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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숭녀의 패션-재료와 표현-에 대한 질문을 이어 가보자) 한복 저고리를 채색하지 않고 '한지 콜라주'로 표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한지를 선택한 것은 속이 비치면서도 수묵 담채에 어울리는 소재로 투명한 느낌을 원했기 때문이다. 비단이나 천과 비교해 상상해보면 한지의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면에서 한지는 속이 비치는 표현기법을 살리기에 매우 적합한 소재이다. 콜라주 기법으로 한지를 그림에 덧붙여 한복 저고리 특유의 느낌을 살리는 동시에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에 긴장감을 불어 넣을 수 있다. 한지 콜라주 자체가 작업의 화룡점정 같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Q 내숭녀의 훤한 치마 속에 자꾸 눈길이 간다. 인물의 누드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치장하기 위해 입은 옷 속에 감춰진 인물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장막 같은 한복을 반투명하게 표현함으로써 이를 관통해 인물의 속을 들여다보는 셈인데, 보일 듯 말 듯한 실루엣으로 인물 본질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상징한다. 보기에 따라 성적인 부분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겉과 다른 속', '본질에 대한 접근'을 말하고 싶었다.
Q 설치, 사진, 영상 등 표현기법이 다양할수록 필요한 재료도 많고 작업 기간이 길어지는 것 아닌가? 매번 쉽지 않을 것 같다.
내숭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한국화 전통기법을 사용하지만, 미디어 아트, 3D 프린팅, FRP 등 다양한 재료로 접근한다. 작업을 통해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과 느낌에 잘 맞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Q 한지도 정말 많은 종류가 있다. 특별히 선호하는 종류가 있나?
보통 동양화에서는 ‘순지’와 ‘장지’, 그리고 중국에서 유래한 ‘화선지’를 많이 사용한다. 전통 한지인 순지는 섬유가 길고 종이가 질긴 특성이 있으며, 장지는 이런 순지를 여러 겹으로 배접한 것을 말한다. 나는 순지 중에서도 가장 얇은 ‘안피’를 사용하고 있다. 종이가 얇고 가벼워 먹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세필을 썼을 때 좀 더 맑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Q 한지 제작 기술까지 배웠다고 들었다.
처음부터 만들어 쓰려던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원하는 색과 두께의 한지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경우에 따라 기성품을 사서 쓸 때도 있고 만들어 쓰기도 한다. 좋아하던 한지가 있었는데 갑자기 구할 수 없게 된 적이 있었다. 그 종이를 만들 수 있는 장인이 국내에 딱 한 분 계셨는데 사정이 생겨 더 이상 만들 수가 없게 된 거다. 이렇게 갑자기 없어질 수도 있는 문화라고 생각하니 황당하기도 하고 안타까워서 나라도 전수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기간은 보통 어느 정도 걸리나?
작품 구성부터 완성까지 많은 단계를 두고 오랜 시간 작업한다. 작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림 한 장에 2~6개월 정도 걸린다.
Q 작업은 모두 손으로 하나?
사실 의외로 컴퓨터 작업이 많다. ‘한국화에 웬 컴퓨터?’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원화 외에도 결과적으로 디지털 작업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구도를 잡을 때는 디지털 사진 작업을 주로 하고, 컬러 매치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기도 한다. 작품 구상 후 작업은 모두 전통 방식으로 그리고, 데이터화 단계에 컴퓨터 작업이 많다.
Q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닐 것 같다. 어시스턴트를 따고 두고 있나?
사진 촬영 같은 경우 전문 분야도 아니고 혼자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배접은 모든 작품을 전문가 한 분에게 맡겨 작업하고, 재료는 필요에 따라 구입하거나 만들어 사용한다. 나머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혼자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노하우가 많아 가르치고 나눠서 작업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Q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첫 번째는 ‘소통’이다. 작가는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현상이나 관념들을 포착하고, 예민한 감각과 훈련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유형적으로 대신 표현해 줄 수 있는 전문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통을 통해 사람들의 표현 욕구를 간접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런 노력은 작가 개인에게도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외롭지 않게 하는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는 ‘완성도’. 시각적인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완성도를 포함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해 두고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한다. 아이디어에 과욕을 부리면 그림이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작업에는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욕심을 내고 성실하게 임하는 만큼 달라진다. 작업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Q 특히 어려웠던 장면이나 신경 써서 그리는 부분이 있나?
말은 동물 중에서도 그리기가 까다로운 편이라고 한다. 콜라보 프로젝트로 말이 등장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연습을 엄청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또 머리카락처럼 세밀한 부분들은 붓을 댈 때마다 숨을 참고 그려야 하기 때문에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잘 눈에 띄지도 않는 글씨나 소품을 그리는 데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다. (Q 처음에 말그림을 보고 사진을 합성한 줄 알았다.) 나도 가끔 그려 놓고 사진처럼 보일 때 혼자 뿌듯해하고 그런다.(웃음)
Q 내숭 시리즈를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본인의 모습을 담았다고 했는데, 처음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나?
많이 달라졌다. 초반 작업에서 비교적 은은한 분위기로 채색을 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동세가 커지고 색감도 다양해졌다. 최근 작업인 ‘내숭 놀이공원’ 같은 경우가 훨씬 화려한 느낌이다. 자화상이기 때문에 내 몸무게가 늘었다 줄었다 하면 내숭녀의 얼굴과 몸도 같이 늘었다 줄었다 한다. 물론 어느 정도 각색과 편집이 있지만 내숭 시리즈는 곧 나의 히스토리이기 때문에 점점 더 애정이 생기는 것 같다.
Q 작가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내숭 시리즈에 다른 등장인물이 생길까? 좀 더 지나면 아줌마 내숭녀와 내숭녀 아기를 만날지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농담 삼아 '아직 그리고 싶은 남자 몸을 못 찾았다'고 했었는데, 남자들의 내숭을 다뤄 달라는 요청이 많다. 내가 느끼는 것만 표현한다는 주의라, 좀 더 연륜이 쌓이고 보는 눈이 넓어져 남자의 내숭까지 포착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주제이긴 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다면 아마 작품 속에서 내숭녀가 유모차를 밀고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예쁜 아기가 타고 있었으면 좋겠다!
기획ㅣ디자인프레스 편집부
취재·글 : 디자인프레스 에디터 문한아
사진 : 김잔듸(516 studio)
자료제공 : 김현정아트크리에이티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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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크리에이터 - 한국화가 김현정
1. 키워드로 보는 인물탐구
2. 김현정의 내숭 시리즈(1)
☞ 3. 김현정의 내숭 시리즈(2)
4. 예술가로 살아남기
5. 김현정의 '좋아요'(일상과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