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미대입시 | 내숭을 그리는 한국화 작가 김현정
월간 미대입시(2018년 3월호, Vol.348) 인터뷰에서 김현정 작가는 SNS와 소셜드로잉을 통해 신진작가 시절 전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과 소통해온 과정, 전통기법을 지키는 한국화 작업 방식, 한국화 장르의 확장 가능성, 입시생을 위한 조언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사진 박유나, 자료제공 김현정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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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선정 2017년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든 한국 대표 청년화가이자 강연, 인터뷰, 방송, 전시, 해외 활동까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현정 한국화 작가. 기자가 만난 그녀는 곱게 단장한 헤어와 화려한 한복을 갖춰 입은 내숭시리즈 그림의 주인공 모습 그대로였다. 그림에서 비춰진 도도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인터뷰에서는 확고한 예술 철학과 스타 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털털하고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복잡한 시대상을 단 한 폭의 그림으로 담는 김현정 한국화 작가. 논현동에 위치한 김현정 아트센터에서 그녀를 만나보았다.
작가의 내숭 없는 예술 이야기
내숭시리즈의 주인공으로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내숭이야기를 그리는 한국화가 김현정입니다. 현재는 김현정 아트센터라는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기업과 협업, 작가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요. 강연, 인터뷰, 전시 등 외부 활동을 제외한 시간 외에는 매일 일정 시간 작업 하는 작가입니다.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23년, 한국화를 전공한 지는 13년 정도 됐어요.
무려 3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둔 SNS 인기 한국화가이자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운영 중이세요.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화가로서 전시를 하고 싶었는데 신진작가에게 선뜻 공간을 내어주는 갤러리가 많이 없었어요. 작품을 어디에다 걸 수 있을지 고민하다 돈과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소셜 미디어에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소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공유를 해주시다 보니 어느새 많이 알려진 한국화 작가가 된 거죠. 실제로 2016년 내숭 놀이공원 전시 때도 특별한 홍보 없이 입소문과 SNS 홍보만을 통해서 많은 분께서 전시에 와주셨습니다. 27일간 전시가 진행되었고 총 67,402명의 관객분들께서 와주셨어요. 20여 명의 관람객이 한복을 입고 전시를 보러 오신 경우도 있었고요. 더구나 온라인으로 홍보하다 보니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에서도 많이 공유해주셨어요. 가끔 주전부리를 보내주시는 해외 팬들도 생겼답니다. (웃음) 하지만 현재는 홍보 보다 소통의 창구로써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어요.
소셜드로잉이 무엇일까요?
저에게는 SNS가 제 작업의 일부에요.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고 읽어드리면 다음 작업에 대해 영감이나 또 다른 해석 등 여러 가지를 남겨주시거든요. 이런 일련의 작업이 제 작업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면서 이제는 저에게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어요. 남겨주시는 코멘트는 생활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가 되었고요. 또 한편으로는 의욕과 자신감을 얻기도 해요. 저는 미술이라는 문화가 음악처럼 대중적으로 많이 향유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음악, 이모티콘, 영상들이 점차 유료화가 되었듯 미술도 상업성과 대중성을 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들과 미술품을 공유하고 사회가 미술을 상용하는 정보공유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거든요.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소스들을 상용화시킨 것처럼 화가로서 모두가 제 그림을 공유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자 저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봐요. 간단히 말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로잉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작업을 저는 소셜드로잉이라고 명칭하고 있어요.
활발한 상업활동을 하는 예술가로서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고 불리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도 예술가를 흔히들 배고픈 직업이다, 예술가는 정상이 아니어야 한다는 그런 관념들을 걱정했었어요. 예전에 선배한테 '나중에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요?'라고 물어 본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회사원처럼 그러라는 충고였죠.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기 전까지 꾸준히 그림을 그리면서 야근도 하고요. (웃음) 미술만을 위해 살아 보라고요. 그럼 미술로도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요. 미술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기가 되서 미술 시장의 상업화와 대중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었죠. 꾸준한 작업 활동과 실력 향상은 기본이고요. 저는 한 작품을 구상하고도 2-6개월 정도 꼬박 그려요. 인내심과 싸움이죠. 현대작가로서 한국화 이외의 조형물, 상품 등을 개발하기도 하고요. 꾸준히 그림을 선보이고 폭 넓은 장르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작품 판매, 기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이미지 저작권 등 수익으로 연결되었어요. 화가의 길은 정해진 길이 없어요. 예술은 모든 범주가 포함되어 있는 만큼 자신이 어떻게 개척하나에 따라 길이 열려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일수록 더 똑똑해야 하고 다양한 장르를 응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탄탄한 기본 실력이 필요하죠. 평면 미술로 얘기하자면 글자도 들어있지 않고 그림으로만 시대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시대에도 민감해야 하고요. 한 장에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는 실력을 키우면 자신의 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미술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실력을 늘려간다면 나머지 요소들은 자연스레 알아서 따라온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적인 감성과 한국화
현재 그리는 한국화는 전통기법으로 제작하나요?
제작 과정은 전통기법을 따르고 있고 스케치작업, 색을 입혀보는 과정은 디지털 작업으로 시안을 만들고 색을 결정하고 있어요. 동양화는 크게 한국화, 중국화, 일본화로 나뉘요. 한국화는 수묵기법과 채색기법을 함께 다루고 있고 중국은 수묵 기법이 중심, 일본은 채색기법 중심이에요. 모든 기법을 수용하는 것이 한국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전통 재료인 분채와 아교를 함께 섞어서 물감으로 사용을 하고, 아궁이의 그을음을 모아 만든 묵으로 전통의 검은색을 표현하는 등 전통 기법 그대로를 따르다 보니 '느림'에 대한 불편함은 분명 있죠. 재료를 하나 준비를 하고 그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재료 보다 한국화의 재료적인 특성에 의한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전통 그대로를 따르다 보면 보존 기간도 길어지고, 색의 은은함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요.
김현정 작가가 생각하는 한국화 장르란 무엇인가요?
사실 입시미술에서 동양화의 경우엔 옥당지에 어떻게 그리라는 정확한 지시가 내려져 있죠. 작가가 된 뒤의 장르를 바라보는 관점은 굉장히 달라요. 저를 소개할 때 한국화가라고 얘기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미술작가이기도 해요. 장르를 넘나드는 팝아티스트의 행보도 볼 수 있고요. 저는 조형물도 제가 직접 만들어요. 평면물 뿐 아니라 입체물도 포함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화 명칭 자체가 모호하다고 얘기해요. 한국적인 감성으로 한국인이 만든 작품은 모두 한국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외신에 한국화라는 명칭을 붙이고 소개할 때엔 한국인의 감성을 기대할 수 있고요. 한국화의 장르는 어디까지라는 정의가 없다보니 앞으로 장르의 범위가 훨씬 넓어지고 다양해질 거란 확신과 기대는 있어요. 장르 불문하고 예술 자체도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어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작가님의 행보를 보며 한국 화가로 꿈을 키우는 많은 학생이 있어요. 특별히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제가 입시를 할때에는 "공부 따로, 그림 따로"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작가로서 작업을 해보고 공부도 해보니 나의 모든 사고와 관심은 그림으로 연결되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니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는 것은 분명 입시준비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입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호기심과 끈기,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림을 정말 좋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입시미술은 정말 힘들죠. 저도 겪어보고 또 입시미술 선생님도 해보니 느낀 것은 그 기간은 큰 기본기를 다지는 시기라는 것이에요. 보통 고1부터 시작한다고 하면 3년 정도 미술입시를 하죠. 그런데 지금 우리는 백세시대를 살고 있어요. 긴 시간 동안 중 3년만 최선을 다해서 기본기를 다져놓으면 대학 입학 후에 털어 내거나 기본기를 가지고 자신의 또 다른 적성을 찾을 수 있어요. 이왕 본인이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본업인 그림을 꾸준히 그릴 예정이고 협업과 전시도 함께 진행할 거예요. 현재는 서울시와 함께 하는 내 손안의 서울이라는 정책 홍보를 맡고 있고요. 어떤 작가, 어떤 예술가로 불리기보다는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소통에 열린 마음을 가진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만큼 저도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김현정 작가
2004 선화예술중학교 미술학부 졸업
2007 선화예술고등학교 미술학부 동양화 졸업
201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2015 서울대학교대학원 미술대학 동양화과 석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졸업
2017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