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현정 ARTIST Hyunjung KIM

Den | 풍자와 위트로 나만의 한국화를 개척하고 싶다

매체 Den 구분 잡지·정기간행물 게재일 2018.01.01 관리코드 MI182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DEN이 '한국화계의 아이돌' 김현정 작가를 조명한 인터뷰로, 우울증에서 비롯된 '내숭 시리즈'의 탄생 배경, 수묵담채와 한지 콜라주를 결합한 독자적 기법, 명품 구두·가방 등 일상 소품에서 얻는 영감, 무라카미 다카시를 예로 든 기업 협업관, '21세기 풍속도' 연작 계획 등을 다뤘다. 에디터 이영민, 포토그래퍼 정영주, 헤어·메이크업 누에베 데 훌리오, 의상 이미옥한복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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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스타로 주목받는 신세대 한국화가 김현정

"풍자와 위트로 나만의 한국화를 개척하고 싶다"

뛰어난 실력에 미모까지 겸비해 '한국화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김현정 작가. 그녀는 침체 일로에 있는 한국화를 대중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녀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사로잡았을까?

에디터 이영민 포토그래퍼 정영주 헤어·메이크업 누에베 데 훌리오(02-3443-6880) 의상 이미옥한복(02-518-5371)

Profile 김현정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경영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화 박사 과정

•現 경희대학교, 용인대학교 한국화 강사

•現 김현정 크리에이티브센터 대표

"예술은 남이 안 한 걸 해야 주목받는다. 기존 방식만 따라가는 것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길이다. 나는 처음부터 기존 방식, 이를테면 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공하는 '정석'을 따르기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김현정은 화가다. 흔한 말로, 예술혼을 캔버스 위에 그려 넣는 사람으로 얼굴을 드러내기보다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의 얼굴을 자주 본다. 우선 팔로어 17만 명을 보유한 SNS 스타다. 또 TV에, 신문에 모습을 비쳤고 떠들썩한 전시도 연다.

이처럼 대중과의 소통에 치열하게 매달린 결과도 나름 성과를 거두었다. <포브스> 선정 '2017 30세 이하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인', <동아일보> 선정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을 비롯, 다수의 인물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리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젊은 예술가로 발돋움한 것. <포브스>는 그녀를 선정한 이유로 "작품을 통해 기존 관습에 도전한 작가"를 들었다.

대표작인 '내숭 시리즈'가 온·오프라인에서 엄청나게 화제다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원래 파격을 추구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예민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것이 버거워 우울증까지 앓았을 정도니까. 그러면서 시선 때문에 생기는 표리부동한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봐야겠다 싶어 '내숭 시리즈'를 만들게 됐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 고상한 옷을 입고 고상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숭은 속마음을 숨긴다는 점에서 결국 시선과 맥락이 통할 테니까.

'한국화가 김현정'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가 뭘까?

소신 있게 활동하는 것에 응원을 보내는 게 아닐까?(웃음) 화가로서 꾸준히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이모티콘이나 아트 상품 등을 제작하는 등 기업과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도 많이 한다. 여느 화가들과는 다른 길을 가다 보니 '이렇게 활동하는 게 과연 맞을까?' 생각도 많이 했다. 지금은 이러한 행보가 대중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경영학과 동양화 공부를 동시에 하게 된 계기는?

'화가는 배고프다'라고 하는데, 미술 시장 구조가 궁금했다. 그렇게 시작한 경영학 공부는 쉽지 않았다. 남들 3시간 공부할 때 30시간 공부해야 했다. 아직 화가의 배고픔을 해소할 경영학적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기업과의 협업 등에 많은 도움이 됐다. 현재 '김현정 크리에이티브센터'라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인사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본인만의 동양화 스타일을 설명한다면?

소재를 놓고 보자면, 한복과 현대 소품의 대비가 일어난다. 작품에서 한복을 주요 모티브로 한 것은 격식과 고상함을 상징하는 한복을 입고, 현대사회에서 일상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의 대비를 통해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기법적인 측면에서는 인물을 표현할 때 수묵담채 기법, 즉 한국전통 기법을 활용했다. 그런가 하면 한복을 표현할 때는 서양 현대미술을 연 기법 중 하나인 콜라주를 사용했다. 수묵담채와 콜라주라는 이질적인 기법을 한 그림에 표현함으로써 작품이 독특해졌다. 또한 한복 속이 살짝살짝 비치게 한 것은 '감추려고 하지만 네 속이 훤히 다 보인다'라는 주제 '내숭'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기법이 내숭 시리즈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었고, 많은 분이 흥미롭게 여기는 이유가 된 것이다.

'누드화 + 한지 콜라주'라는 발상이 특이하다

폭이 넓으면서 속이 보이지 않는 한복 치마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다리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만큼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그런 점이 '내숭'이라는 주제와 잘 맞았다.

하지만 막상 이를 그리려고 하니까 한복 치마가 폭이 너무 넓고 길어 치마 속 다리를 표현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한복의 긴 치마를 포기할 수도 없었고. 오래 고민한 끝에 속이 비치는 한복 치마를 생각해냈고, 다시 수많은 시도를 거듭해 한복의 사각거리는 느낌을 살릴 수 있는 한지 콜라주를 선택했다.

한국화라는 '전통'에 새로운 방식을 결합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물론이다. 한지 선택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시중에 파는 한지로 작업했는데 염료가 지속되지 않아 색이 금방 바랬다. 그래서 염색 장인을 찾아가 직접 염색을 배우고, 한지 만드는 법도 배웠다. 말이 쉽지, 누가 선뜻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주나. 받아줄 때까지 1년 이상 자꾸 찾아간 끝에 힘들게 배웠다. 작업에 사용하는 한지는 모두 내가 직접 만들어 염색한다.

속살이 드러나 보이는 한복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깅스를 입은 정도의 묘사지, 알몸을 그린 것도 아니니 대부분 야하긴 하지만 외설적이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아슬아슬 경계에 있다고 할까?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에게는 '관심 있는 게 먼저 보이는 거랍니다'라고 말하며 웃어넘긴다.(웃음)

일상적인 것을 화폭에 담아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별히 영감을 받는 대상이 있나?

평소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놓는다. 특히 '내숭 이야기'는 일기 같은 작업이다. 그 때문에 생활하는 모든 순간에 영감을 얻는다. 한복, 구두, 가방, 라면, 커피 등 내 애정과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면 모두 자연스럽게 영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명품으로 불리는 구두나 가방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그 효용이 극대화되는 '시선의 결정체'인 동시에 곱지 않은 시선이 공존하는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물건이다. '시선'과 '통념'의 아이러니를 상징하는 물건인 동시에 위트로 표현되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품 속 구두와 가방, 특히 구두만을 골라서 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기업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

미술이 일상에서 향유되기 위해서는 작가들이 작품의 상업적 활용과 소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활동은 예술가와 기업의 공생, 예술의 생활화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작가는 협업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대중적인 브랜드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작품을 대중의 생활에 편입시킬 수 있다. 기업은 작품을 상품이나 제품 이미지에 반영함으로써 일반적인 상업 광고와는 다른 차원의 문화적 함의를 만들어내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이윤을 증진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그리는 작품은 무엇인가?

'21세기 풍속도'를 주제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 시대 풍속화를 오마주하는 작업부터 오늘날의 독특한 풍속을 담아내는 작업까지 소재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는 '목욕탕 시리즈', 셀프 빨래방에서 빨래를 하는 '빨래방 시리즈', 미용실에서 메이크업과 머리를 하는 '미용실 시리즈' 등이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나'에 집중한 것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으로 시야를 조금 더 확대한다.

한국화가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대중이 미술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분야라고 인식해야 화가의 작업이 지속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SNS는 매우 효과적인 소통 방법이다. SNS는 내게 작업의 일부다. SNS에 작업 과정을 공개하면 다양한 이들이 색다른 아이디어를 던지거나 또 다른 해석을 남긴다. 이런 과정이 작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더 좋은 작품을 완성한다. 이를 '소셜 드로잉(Social Drawing)'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이 장르를 개척하는 게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미술'이라는 문화가 음악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향유되기를 바란다.

"옛 그림을 볼 때 그 시대상을 파악한 후 그림을 읽어야 화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나 역시 시대상을 잘 반영한, 그래서 동시대 사람들과 그림을 통해 많은 감정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내숭: 달콤한 속삭임(feat. 한도초과)

47.2×69.2cm, 콜라주, 한지 위에 수묵과 담채, 2016

내숭: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187×111 cm, 콜라주, 한지 위에 수묵과 담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