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현정 ARTIST Hyunjung KIM

Citylife | Cover Story, 수묵담채로 그린 시스루 미인도, 한국화의 팝아트

매체 Citylife 구분 잡지·정기간행물 게재일 2014.07.08 관리코드 MI046

매경 시티라이프(Citylife) 2014년 7월호(7월 8일자, No.435) 커버스토리 코너에 실린 김현정 작가 인터뷰 기사.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의 김현정 작가는 시스루 한복을 입은 자화상 연작 '내숭 시리즈'를 통해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자아를 찾고자 하는 작업 의도를 밝혔으며, 전통 동양화 기법에 팝아트적 감각을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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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수묵담채로 그린 시스루 미인도, 한국화의 팝아트

INTERVIEW

"내숭 시리즈는 타인의 시선 아닌 나 보는 작업"

TIP

왜 예술계에 B급 정서가 내려앉았나?

→ 현대미술 시장의 폭발적 팽창(2013년 경매 낙찰 총액은 2006년의 2배)

→ 작품 배출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상황.

→ 장기적 불황으로 대중문화의 기틀이 흔들리고 있다.

→ 사람들 사이에 가난하지만 멋진 삶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이 창조됐다.

포켓볼 치는 미인도…한국화계의 아이돌, 김현정

속이 비치는 한복을 입고 포켓볼을 치는 캐릭터는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가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압박감을 느꼈던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유래했다. 1년 동안 <내숭올림픽>을 기획했다는 한국화가 김현정(27) 작가와 '발랄한 한국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내숭시리즈 연작을 진행하는 이유는? 내숭시리즈는 '시선'과 '통념'으로부터 일탈, 자유의 상태를 지향하는 저의 고백적 자화상이에요. 청소년기부터 남의 시선을 무척 의식하는 편이었는데, 희미해진 자아를 찾기 위해 '내가 어떤 사람인가' 혹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자문으로서 '내숭시리즈'를 시작했죠.

미인도 작업과정을 알려주세요. 구상 스케치를 하고, 밑그림에 도움을 줄 사진을 찍은 뒤 자화상을 누드로 표현합니다. 반투명한 한복을 입히기 위해 직접 얇은 한지를 염색을 한 후 콜라쥬를 하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한복은 내숭의 메타포가 됩니다. '시스루(see-through)'처럼 보이지만 하얀 윤곽선으로 가사를 그려 투명함을 표현한 고려불화의 기법을 응용했어요.

한국화지만 일종의 팝아트처럼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우아하고 고상한 한복을 입은 채 격식을 차리지 않은 행동을 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전통 기법은 고수하면서 현대미술에 맞는 요소를 찾으려고요. 제 그림을 보고 한국화가 진부하고 고루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미술이 대중음악만큼 많이 향유되길 원해요. 대중과 많은 소통을 하고 싶어요. SNS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샤넬백, 스타벅스, 패션지 같은 첨단 소비재가 함께 등장합니다. 제 그림은 제목이나 소재 등에 최대한 솔직한 제 생각을 담은 자기 고백적 일기예요. 나 아(我)자에 모자랄 차(差)자를 붙인 <아차(Oops)>라는 작품은 빈틈이 있는 인물의 상태를 은유함과 동시에 '아차!'라는 의성어를 제목으로 붙여본 것입니다. 주인공은 커피가 흘러 내려 가방을 적시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라면을 먹는데 몰입해 있죠. 라면을 먹으면서 그의 몇 배의 가격이 되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약간의 유희로 볼 수 있어요. 전통적 의상과 현대적 소품의 대비를 통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때로 무비판적인 통념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타자의 시선이 나에게 가하는 무분별한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자아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내숭이야기'의 핵심이에요.

속이 비치는 치마, 알록달록한 저고리, 진한 하이힐 고무신을 신은 소녀가 가즈 버너 위에서 라면을 먹고, 포켓볼을 친다. 그런가 하면 샤넬백과 스타벅스 커피를 옆에 두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기도 한다. 참신한 발상과 주제, 표현기법으로 '당돌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김현정 작가는 정통 동양화의 이론과 기법에 기초하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젊은 동양화가들의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수묵담채 기법으로 자화상을 그린 김현정 작가는 가나아트센터 오픈 후 최다 방문객 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내숭올림픽> 개인전에서 작가는 작품 속 미인과 마찬가지로 색동 한복을 차려 입고 머리를 땋은 채 사인을 했다. 작가가 그려내는 21세기 풍속화는 '한국화도 팝아트처럼 핫해질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가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내숭시리즈 중의 하나인 <2014 내숭올림픽> 아이디어는 지난해 가을부터 양재동 시민공원에서 운동하는 시민들을 보며 얻었다. "타자의 시선에 스스로를 옭아 매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면서, 그러한 인식을 계기로 속박된 자아의 해방을 지향한다"고 평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선승혜 교수는 "작가는 '내숭'이라고 하지만, 타자가 보기에는 '자기긍정의 에너지'"라는 평을 남긴다.

"현학적인 수사는 필요 없다. 예쁜 얼굴에 대해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여자들은 경쟁적으로 반응한다. 몸에 눈이 간다. 작업의 인기만큼 많이 그린 노력이 보이고, 또 인기를 자양분으로 하는 지혜도 있다."

1. <폼생폼사: 순정녀>(2014)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112×134cm

2. <수고했어 오늘도>(2014)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107×165cm

3. <내숭: 우연을 가장한 만남>(2014)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각 129×153cm

4. <아차>(2014)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145×117cm

34 _ Citylife

이미정 <백명의 소녀를 그린 그림>(2013) 렌티큘러, 60×100cm

신인 아티스트의 폭발하는 B급 상상력을 볼 수 있는 곳들

한남동 아마도 예술공간 '가슴라운지'에서 이름을 바꾼 '아마도 예술공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비영리미술기관이다. 3층 구조의 주택을 개조한 이곳에선 대안적인 전시 기획을 펼칠 수 있으며 10m거리의 아마도 예술연구소에서는 세미나 및 심포지엄과 같은 행사가 이뤄진다. '아마도 애뉴얼레_목하진행중' 전시는 프리 오픈(Pre-Open)에서 참여 작가들의 기존작업 혹은 새로운 작업을 위한 준비 과정들을 선보이고,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와의 여러 번에 걸친 난상토론을 통해서 설치된 작품을 변화시키는 '진행형 비엔날레'다. 기존 '비엔날레'에 대항한 개념으로 결과 중심의 상업 비엔날레와 달리 담론과 과정 중심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구세대 예술인과 신진 예술인의 미적 가치를 공유하고, 만 40세 미만의 신진 큐레이터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전시다.

아마도 예술공간 02-790-1178 http://amadoart.org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31 아마도 예술 연구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94

커먼센터 COMMON CENTER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인지 설명하는 대신, 벽지가 뜯겨졌거나 아직 얼마 남아 있는 헐벗은 벽 위에서 그림 자체에 집중하도록 해준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곳으로, '컬렉터-딜러-작가'로 이뤄진 전통적 상업 갤러리가 아닌 '미술가가 운영하는 공간'으로서의 갤러리를 표방한다. '센터'라는 이름을 단 것 역시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는 이름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 것. 함영준이 디렉터를,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와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재, 그리고 미술가 이은우가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멤버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작품 판매 수익은 최소 운영비를 제외하고 새로운 전시를 위해 사용된다. 각종 기금이나 레지던시, 시간강사, 오늘만 볼 수 있는 회화 전시 '오늘의 살롱'이 열리고 있다.

070-7715-8232 www.commoncenter.kr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 823-2

CL

Citylife _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