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문화사색 374회 작가 소개_ 한국화의 변신, 오늘을 담은 한국화
MBC <문화사색> '한국화의 변신, 오늘을 담은 한국화' 편(2013.11.04)에 소개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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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을 양손 가득 든 채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한복 차림의 여인, 그 순간 살짝 벗겨진 고무신 한 짝.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작가 김현정입니다. 한복은 저의 '내숭' 시리즈의 상징이에요."
작업실을 찾았을 때, 작가는 작업 중에도 한복을 입고 있었다.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복을 최대한 생활 속에서 입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은 제가 한복을 그리는 작가이다 보니 한복에 대한 이해가 더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생활하면서 어떤 점이 불편하고 어떤 점이 편한지 느끼기 위해 최대한 많이 입으려고 합니다."
한복을 입고 한국화만 그려온 10년, 그녀가 한국화에 빠지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처음 그리는 순간 정말 신기했어요. 다른 재료들은 칠할수록 탁해지는데, 동양화는 칠할수록 오히려 깊고 맑아지는 색감이더라고요. 거기에 매료됐고, 같은 검정색 선이라도 그을 때마다 다른 감정이 묻어나더라고요.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붓질 하나하나에 드러나는 걸 보면서, 이거야말로 진짜 제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매체구나 싶었습니다."
작품 속 한복 입은 여인들은 민화 속 미인도를 닮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즘 세대의 발랄하고 천방지축인 여성들이다. "요즘 패스트푸드 배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먹기 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먹는 건지 헷갈리는 그 순간을 담은 작품도 있어요. 제 작업에는 제 얼굴을 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저와 닮았다고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작품 속 여인들의 모델은 작가 자신이다. 겉으로는 세련돼 보이지만 내면은 결핍돼 있는 현대인의 공허한 속내를 표현했다. "스케치를 충분히 하고 나서 종이에 연필로 옮겨 하나하나 꼼꼼히 작업합니다. 그다음 누드를 채색하는데, 겉모습과 내면, 외면과 내면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싶어서 꼭 누드를 먼저 그린 뒤에 옷을 입히는 과정을 거쳐요. 넓은 한복 치마폭 속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거든요."
속살 위에 입혀지는 색색 고운 한복, 살결이 비치는 투명하고 독특한 질감의 한지는 모두 작가가 직접 만든 수제 종이다. 한 번 만든 한지는 단 한 작품에만 쓰고 나면 폐기하기 때문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된다. "짧게는 다섯 번, 많게는 열 번 정도 염색 과정을 거쳐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물들여요. 속살이 훤히 비쳐 보여야 하다 보니 그런 한지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때부터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직접 두드려 원하는 질감을 만들고 천연 재료로 물들인, 독특한 '장지 옷'이 이렇게 탄생한다.
한 뼘 한 뼘 장지 옷을 붙이면 생생하게 살아나는 21세기의 신(新) 미인도. 이런 공들인 작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솔직한 이야기, 일기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와 같은 나이대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