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 작가 인터뷰_내숭밖에 모르는 미술가, 김현정
노블레스 2014년 11월호의 '2014 Rising Star 8' 특집 중 한 명으로 소개된 김현정 작가의 인터뷰 화보다. 화가 자신을 모델로 삼은 '내숭' 시리즈의 창작 배경과 대표작 '투혼', '운치있다.'의 소재를 설명하고, 아트페어 완판 행진과 향후 '내숭 올림픽(가제)' 등 신작 계획을 다뤘다. 화보에서는 박술녀 한복의 블랙 금박 드레스와 Chaumet 주얼리를 착용했다. [사진 김제원, 헤어 김선희, 메이크업 박이화, 한복 박술녀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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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밖에 모르는 미술가
김현정
김현정(26세) 작가의 그림은 말썽 많은 막내딸 같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규수가 바닥에 쭈그려 앉아 냄비 뚜껑에 라면을 덜어 먹고, 빨대를 젓가락 삼아 감자튀김을 집어먹는다.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스쿠터도 타고, 트럭 꼬리에 매달려 '오라이'를 외친다. 치마 속 허벅지가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두 작가의 '내숭 시리즈'다. "제 그림은 원래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을 풍자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거울을 통해 제 자신의 아이러니 또한 발견하게 됐죠. 그래서 지금은 평소 제 모습을 그림으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작품 속 인물이 작가 본인인 만큼 그녀는 일상의 순간순간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가령 작품 '투혼'은 끼니를 거르며 그림을 그리다 쓰러지겠다 싶은 순간 전투적으로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고, '운치 있다'는 변기 위에 걸터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엔 스스로 내숭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깨닫고 오히려 누구보다 내숭에 골몰하게 됐다는 어느 평범한 20대 여성의 전언이 깨알같이 녹아 있다.
지난여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트 페어에 출품한 작품 13점을 이틀 만에 모두 팔아 단숨에 '완판녀'로 등극한 그녀는 최근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작품이 실물 크기라 하나를 완성하는 데 최소 두어 달이 걸리기 때문에 매일 12시간씩 그림을 그린 뒤에야 작업실을 빠져나온다고. "제 작품의 컬렉터 얘길 들어보면 작품이 쉽게 이해돼 좋다 하시더라고요. 이제까지 한국화와 달리 생활 속 이야기라 더 신선하다고요. 그러고 보면 제 작품은 제 생활과 경험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것이 보편적일 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그녀는 새해에도 '내숭'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현재 이전보다 좀 더 동적인 느낌을 강조한 '내숭 올림픽(가제)'을 준비하고 있고,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하나의 작품을 여러 사람과 함께 그리는 '소셜 페인팅' 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아직은 많이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내숭'은 찾아볼 수 없다.
[화보 캡션]
진주 디테일의 티아라와 비즈 장식이 어우러진 화이트 망사 케이프 모두 Ree Hue Closet, 28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귀고리는 Chaumet, 화려한 금박 디테일의 블랙 컬러 한복 드레스는 박술녀 한복.
[Profile]
2013 '페리에 150주년' 미래 작가, 물 만난 아티스트 선정
2012 서울대학교 총동창회장상 수상
2011 제14회 세계평화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최우수상 수상
[참고: 같은 특집(2014 Rising Star 8) 내 김현정 관련 사이드박스 "We are so Thankful! Contributors" 中]
김현정의 언니 김현지
김현지는 김현정보다 늘 3년 앞섰다. 김현지가 미술을 시작하면 3년 뒤 동생 김현정이 따라 배웠고, 김현지가 패션에 관심을 두면 3년 뒤 동생 김현정이 옷을 모으기 시작했다. 김현정이 동양화가가 된 것도 언니 김현지 덕분이었다. 유독 언니와 함께 미술관 가길 좋아한 김현정은 미술관에서 본 그림을 집에서 늘 따라 그렸는데, 훗날 그 그림이 모여 '내숭' 시리즈를 만들었다. 현재 뉴욕에서 보석 감정사 겸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김현지는 앞으로도 김현정에게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