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현정 ARTIST Hyunjung KIM

NH투자증권 웹진 | SNS로 이야기하고, 함께하는 미술을 꿈꾼다

매체 NH투자증권 웹진 구분 잡지·정기간행물 게재일 2015.01.01 기자/프로그램 인터뷰·글 유현경 / 사진 제공 김현정아트크리에이티브센터 관리코드 MI099

NH투자증권 웹진 'amigote' 2015년 11월호 인터뷰 기사로, '내숭 시리즈'로 알려진 한국화가 김현정이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이유와 '소셜드로잉' 구상, 2016년 개인전 '내숭놀이공원'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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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이야기하고, 함께하는 미술을 꿈꾼다

한국화가 김현정

SNS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알만한 그림인 '내숭 시리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당구를 치고 라면을 먹는 모습을 그린 이 파격적인 한국화는 김현정 화가의 작품이다. 고정관념을 깬 스타일로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그녀를 만나보았다.

한복 입은 여인을 통해 내숭을 그리다

한국화에 현대적 빛깔을 입혀 한복 입은 여성의 외면과 내면을 오가는 '내숭 시리즈'를 선보인 김현정 작가. 27살 젊은 나이의 화가, 어여쁜 외모로도 눈길을 끌지만, 한국화에는 전에 없던 기법과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화로는 이례적으로 대중에게 사랑 받는 그녀의 그림은 특이하게도 전시회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바로 그녀가 운영하는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서도 그림을 보고 소통할 수 있다.

"개인전을 열면서 우연히 SNS의 위력을 실감했어요. 화가는 신비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깨고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 적극 활용하는 편이에요."

한국화단에서는 파격적인 그녀의 화풍 자체가 새로운 바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품 속 인물은 모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성. 그러나 그 차림새로 오토바이를 타고, 라면을 먹고, 당구도 친다. 부조화인 것 같지만, 보고 있으면 재미있고 자꾸 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이다.

"주로 한복을 입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 여자의 모습을 위트를 담아 표현하고 있는데요. 한복이 주는 고상함과 비밀스러움에 착안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죠."

첫 개인전부터 발전시켜온 작품의 주제는 바로 '내숭'이다. 2013년 '내숭이야기'라는 주제로 개최한 개인전 이후 전시 그림이 계속 전부 완판 되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이후 '내숭올림픽', '내숭, 겨울이야기', '내숭이야기' 등 전시회마다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내숭올림픽'은 10일 동안 24,000명에 달하는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작품 속 인물이 여성일 뿐이지 제가 표현하고 싶은 내숭은 좀 더 넓어요.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잘 보이고 싶다는 욕망, 그런 것을 그려내고 싶은 거죠."

소통하는 화가, 파격적 화풍으로 깬 고정관념

겉과 속이 다른 내숭을 표현하기 위해 그 모티브로 한복을 생각했다. 한복이라는 고상한 옷을 입고 그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그리면 재미있겠다 싶더란다. 그녀의 작업 방식도 독특하다. 스스로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사진을 찍고 스케치 하고, 채색을 한 후 그 위에 옷을 입힌다.

"한복 아래로 몸의 실루엣이 언뜻 보이는데요. '사람 속이 훤히 보인다'는 메시지를 담은 거예요. 열두폭 치마 속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죠."

작품 속 주인공을 더 완벽하게 묘사하고자 평상시에도 한복을 즐겨 입는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내숭 시리즈를 그리면서 그와 닮은 자기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인격을 덧씌우고 있기 때문에 그림 속 인물이 '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화면 속 내가 생김새며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어정쩡함까지도 닮아 있는 걸 발견했죠."

이후 외부의 시선에 속박되어 있는 자기 모습을 솔직하게 털어 놓다 보면 그 시선에서 조금씩 당당해질 거라 생각했다. 내숭 시리즈가 깊어진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렇게 '내숭'은 어느덧 고백적 자화상이 되었고, 작품을 그리며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이 느끼는 자유로움을 관객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일종의 해방구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한국의 美 특강'이라는 책을 읽고 한국화를 전공하기로 결심했던 그녀는 김홍도 선생의 위트와 섬세한 관찰력, 그리고 생동감이 넘치는 운필 능력을 좇고 싶었다. 일관되게 위트 있는 그림, 리얼함이 살아있는 그림을 추구하는 것은 그 영향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과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소재를 찾곤 한다. 실제로 그녀의 작품 '투혼'은 끼니를 거르며 작업하다가 쓰러질 것 같아 허겁지겁 먹던 자신의 모습을 담아냈다. 빨대로 감자튀김을 집어먹는 것은 그림 작업 중 손에 기름을 묻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대중과의 소통을 넘어 소셜드로잉을 꿈꾼다

"전시장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그림은 너무 멀잖아요. 매일 눈에 보인다면 선호도도 생기고 애착도 갈 수 있을 텐데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고, SNS에서 첫 해답을 찾았죠."

김현정 화가는 연극이나 영화에 관객이 있듯, 그림에도 관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술의 대중화가 아쉽다는 그녀는 이제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소통을 끌어들이려 한다.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소셜드로잉'. SNS를 이용해 대중과 함께 작업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미술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구상하고 있어요. 아직 소셜드로잉이라는 명칭 하에 시작된 건 없지만 크게 보면 지금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재를 제안 받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던 해석으로 제 작품이 다시 탄생하기도 하니까요."

부담도 장벽도 없는 미술을 꿈꾸는 그녀는 내년 3월에 '내숭놀이공원'이라는 주제로 또 하나의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콘셉트처럼 전시회는 관객들이 놀이공원에 온 듯 미술과 놀며, 화가와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그림으로 채워질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 제 그림을 보고 한바탕 크게 웃어주시고요. 더 나아가서는 관객들이 제 작업내용을 보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도 좋겠어요."

관객과 소통하며 김현정 화가가 열어갈 즐거운 미술의 세계, 그 속에서 관객들은 자유로움을 느끼고, 어느덧 미술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