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김현정의 그림 라디오(8)] 내숭 작업의 화룡점정 ‘콜라주’
한국화가 김현정이 연재 칼럼에서 '내숭' 시리즈 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한지 콜라주 기법을 소개했다. 한복 저고리 특유의 빳빳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얇은 한지를 옷 모양으로 붙이게 된 배경과, 풀 끓이기·색 정하기·염색·붙이기·실루엣대로 뜯어내기로 이어지는 구체적 작업 과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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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내숭 : 연심 戀心</strong></p>
<p>살며시 들어 뜯어내고 이어 붙이고 조심스레 다시 들어 올려 겹쳐 낸다.</p>
<p>비릿하면서도 고소한 향을 풍기는 풀을 먹이고 색을 더한다.</p>
<p>열어놓은 문 틈 사이로 아스라한 바람에 널어 놓은 고운 한지들이 수줍은 듯 몸을 떨어낸다.</p>
<p>모든 감각들을 예민하게 만들어 손끝에 집중해서 화룡점정의 짜릿함을</p>
<p>느끼게 해주는 행위, 어린 시절 종이 인형 놀이하던 내방으로 시간여행을 시켜 주는 작업,</p>
<p>그림을 그리는 모든 과정이 항상 즐겁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늘 변함없이 콧노래를 부르며</p>
<p>해내는 작업이 바로 콜라주(collage)이다.</p>
<p><내숭>시리즈의 제작에서 마지막 단계는, 웃옷 저고리와 치마에 한지를 붙여 콜라주(collage) 하는 것이다. 특히 콜라주는 얇은 한지를 활용하여 인물의 실루엣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가진다.</p>
<p><내숭>에서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것은, 한복 저고리에 적합한 표현 방법을 차용한다는 데 1차적인 목적이 있었다. 즉 한복 저고리의 서걱거리고 짱짱한 느낌을 실감 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한지 콜라주를 생각해 낸 것이다. 한복의 치마는 품이 넓고 찰랑거리는 느낌이 있는 것에 비해 저고리는 약간 작다 싶을 정도로 몸에 맞게 맞추어서 좀 더 빳빳한 느낌이 있다. 특히 어깨선의 느낌이 그러한데, 한지 콜라주는 그와 같은 한복의 질감을 드러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p>
<p>한편, 콜라주를 활용하여 인물의 실루엣이 드러나도록 표현한다는 것은 인물에게 한복을 ‘입힌다’는 인상을 강화한다. 인물의 치마 부분도 실루엣이 드러나는 수묵담채로 표현되지만, 특히 저고리는 얇은 한지를 옷 모양으로 덧붙여 표현함으로써 인물에게 반투명한 한복을 입힌다는 의미가 돋보이는 것이다.</p>
<p>대체적으로 한국화 작업은 책으로 정리된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체로 사제 관계로 전수를 받으며 작업을 한다. 여러 스승님께 전수받고, 나름대로 소화한 과정에 대해 정리를 하고자 한다.</p>
<p>첫째로 풀을 끓이는 과정이다.</p>
<p>전통방식을 전수받아하는 5년 묵힌 전분 가루를 끓이는 일은 코도 즐겁다. 물과 전분 가루의 비율을 1 : 2.75로 맞추어 끓이며 저어준다. 작업실에 까르보나라 향이 가득하다. 그리고 온몸에는 땀이 날 정도로 힘껏 막대를 저어 줘야 한다. 그 후 대나무 채에 걸러 풀을 부드럽게 걸러준다. 이 모든 과정에는 쇠가 접촉되면, 접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나무로 된 재료로 진행해야 한다.</p>
<p>둘째로 저고리의 색을 정하는 과정이다.</p>
<p>이 과정에서 마치 쇼핑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이 인물은 어떤 색이 어울리는지 작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색상을 일치시키기 위해 색상표를 이용하여 저고리의 색을 정한다.</p>
<p>셋째로, 한지를 염색하는 과정이다.</p>
<p>저고리 부분은 이전에 고른 색상의 염료를 구하여 염색을 한다.</p>
<p>치마 부분도 간혹 콜라주로 표현하고는 하는데, 늘 먹으로 표현하고 있다.</p>
<p>얇은 한지를 구하기가 힘들어 직접 한지 제작소에서 만든 한지들에 원하는 옷의 색감을 입히는 과정이다. 염색은 한지를 제작하며 원료인 닥에 직접 염색을 한 후 만드는 방법과 제작된 한지에 여러 번 색을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p>
<p>넷째로, 주름에 맞추어 처음에 제작한 풀을 가지고 붙인다.</p>
<p>마지막으로 손으로 실루엣에 맞추어 뜯는다.</p>
<p>투영하기 위해 시작한 기법이지만 이렇듯 많은 과정이 필요하고 잘못하면 의도된 실루엣이 상실될까</p>
<p>항상 긴장과 집중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p>
<p>어찌 보면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콜라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누군가의 상처 되는 말을 지워내고 싶기도 하고 좋았던 감정들을 소중히 모아 내 삶에 잘 붙여놓고 싶기도 하다. 조금만 거칠게 다루면 찢어져 버릴 감정들도 여러 기억들과 함께 잘 나열하여 콜라주를 해놓으면 좀 더 단단하고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p>
<p><콜라주 하는 모습> 같이 업로드 부탁드립니다.</p>
<p>< 매주 사진과 함께 첨부 부탁드립니다.></p>
<p>내숭 : 연심 戀心 / Feign : Longing</p>
<p>김현정 작가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전공.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내숭’이라는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주제를 한복과 함께 참신하게 표현해 한국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p>
<p>www.kimhyunjung.k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