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현정 ARTIST Hyunjung KIM

웨딩21 | 모던 한복의 아이콘, 결혼을 말하다 한복디자이너 김영진 &한국화가 김현정

매체 웨딩21 구분 잡지·정기간행물 게재일 2015.01.01 관리코드 MI098

웨딩21 2015년 11월호 '모던 코리안 웨딩' 특집에 실린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과 한국화가 김현정의 대담 기사로, 한복과 결혼을 주제로 각자의 작업관과 결혼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김현정은 당시 준비 중이던 개인전 '내숭 놀이공원'과 파인아트 전시 참여 경험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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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한복의 아이콘, 결혼을 말하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 한국화 화가 김현정

어스름이 내린 사랑채에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과 한국화 화가 김현정이 마주앉았다. '한복'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늘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왔다. 현재를 살아가는 두 창작자에게 한복과 결혼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가장 몰두하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

김현정 내년 3월 전시를 앞두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내숭 놀이공원'인데, 전작인 '내숭 올림픽'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작품들로 채워질 것이다. 전작에서 여러 가지 상황과 감정을 '생활체육'에 비유해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추억'과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놀이공원에 빗대어볼 생각이다. 한복을 입고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뿐 아니라 쇼핑을 하거나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모습 등을 통해 마음속 즐거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김현정 얼마 전 파인 아트 작가로서 현대미술 전시회에 참여했다. 한복을 디자인하면서 많은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봤지만, 작가로 참여한 건 처음이라 무척 색달랐다. 전통 한복 맞춤 브랜드 '차이김영진'과 기성복 브랜드 '차이킴'을 함께 운영하며 고민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복을 비롯한 '우리 것'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유독 두 사람의 작품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현정 김현정 작가의 작품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 비결은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한복을 통해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김현정'이라는 사람을 통해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작가가 거짓말을 했다면 누구라도 눈치 챘을 것이다.

김현정 아무리 색다른 시도를 한다 해도 아름답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 같다. 김영진 선생님의 한복은 누가 봐도 정말 아름답지 않나. 누구나 '깨는 생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조화롭게 표현하기는 힘들다. 사람들은 내 작품이 특이하다고 하지만,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국악인들도 무대 뒤에서는 짜장면을 먹지 않을까? 이런 거. 머릿속 상상을 아름답게 표현하려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김영진 선생님이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자신만의 '철릭원피스'를 만든 것처럼.

김현정 사람들은 한복이 '변하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의복이 그렇듯 한복 역시 만드는 사람과 입는 사람 그리고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해왔다.

한복과 그림은 모두 인고의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역설적이게도 그 과정에서 필요한 '시간'과 '비용' 때문에 한동안 외면받기도 했다.

김현정 그림은 특히 더 그렇다. 그림은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지 않나. 하지만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기엔 그 속에 담긴 가치가 너무나 크다. 그 나라의 문화를 보려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라는 말이 있지 않나. '사람은 죽어도 그림은 남는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 치열하게 작업한다.

김현정 가치 기준을 단순히 '실용적인지 아닌지'에 둔다면 삶은 못 견디게 건조해질 거다. 한복 맞추러 온 고객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이거다. "한복은 한 번밖에 못 입잖아요." 그러면 나는 "공연 보러 갈 때도 입고, 좋은 식당 갈 때도 입으라"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기회비용을 따지면 한복을 입을 수 없다. 나는 그림을 사는 사람이 한복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먹을 수 없을지라도(웃음). 한복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나에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최근 한복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한복에 끌리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현정 나 같은 경우엔 어릴 적부터 관심이 많았다. 부모님 모두 형제가 많기 때문에 거의 매달 결혼식이 있었다. 그때 든 생각은 '이렇게 아름다운 옷을 왜 결혼식에서만 입을까?'였다. 성인이 되어서는 해외에 나갔을 때 많이 느꼈다. 세계 어디를 가봐도 한복만큼 우아하면서도 눈에 띄는 옷이 없다.

김현정 견문을 넓혀야 좋은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여행도 자주 다니고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것도 많다.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굴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과거 세대가 서양의 좋은 것들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면, 지금 세대는 여러 경험을 토대로 진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수단으로써 한복에 관심을 가지는 거고.

결혼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다.

김현정 결혼식은 일생일대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야 하는 순간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건 결혼을 준비하는 신랑신부가 남들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는 거다. "시부모님이 시켜서", "녹의홍상을 입는 게 관례니까 한복을 맞춘다"는 말을 들으면 힘이 쭉 빠진다. 한복을 입든 드레스를 입든 우선 본인들이 꿈꾸는 결혼식이 무엇인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

김현정 하루에도 몇 번씩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하곤 한다(웃음). 그래서 아직까지 결혼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려본 적은 없다. 다만 나에게 결혼은 엄마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원더우먼 다이어리'나 '주부 9단의 봄날' 같은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적은 있다. 결혼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아마 내가 좀 더 무르익으면 가능하지 않을까(웃음).

한복을 입는다고 해서 꼭 전통 혼례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11월호 특집의 주제인 '뉴 모던 코리안 웨딩'에 맞게 새로운 결혼식을 제안한다면?

김현정 실제로 결혼식을 기획한 적이 있다. 아트 딜러인 신랑, 가구 디자이너인 신부와 어울리는 가구박물관을 장소로 택했고, 두 사람의 취향을 반영해 모던하면서도 간소한 개성원삼을 지어 입혔다. 또 경기소리 명창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를 초청해 이들이 모두 어우러지는 한 편의 공연 같은 결혼식을 만들었다. 이처럼 어떤 결혼식이든 두 사람만의 스토리에 집중한다면 신랑신부와 하객 모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김현정 나는 주로 참여형 전시를 많이 하는 편인데, 참여를 통해 관객들이 작품에 좀 더 애정을 갖게 된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같은 맥락으로 결혼식에서도 하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거다. 드레스 코드를 정하거나 들러리들도 모두 한복을 입게 하는 등 하객들이 자신들도 그 자리의 주인공이라 느낄 수 있도록 사소하지만 재밌는 장치를 마련해보면 어떨까.

김현정 신부가 웨딩 한복을 입고, 들러리들이 철릭원피스를 입는 것도 좋겠다(웃음). 앞서 말했듯 무엇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일생 단 한 번인 결혼식에 축의금 받으려고 손님들을 불러서야 되겠나.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끼리 모여서 모두가 공감하는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면 좋겠다. 거기서 술에 진탕 취하고 노래도 좀 부르면 어떤가. 옛날 혼례는 마을 전체가 기다리는 잔칫날이었다. 결혼식은 좀 더 즐거워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