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 LIFE | 붓 끝에서 피어난 벌거벗은 내숭
KDB생명의 격월간 사보 〈KDB LIFE〉 2015년 5·6월호 'Culture' 코너에 김현정 작가가 직접 글과 사진을 맡아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 지면이다. '내숭' 연작의 시작이 된 자화상적 계기와 누드 위에 한지를 콜라주하는 제작 기법, 대표작 '나르시스' '나는 니가 필요해' '우연을 가장한 만남' '순정녀'에 얽힌 이야기, 그해 계획 중이던 개인전 '내숭 놀이공원'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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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ZONE
Culture
Editor/ Picture 김현정
붓 끝에서
피어난
벌거벗은
내숭
한국 화단의 떠오르는 샛별, 김현정 한국 화가가 지난 4월 <내숭 올림픽>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내숭을 소재로 한 한국화라는 특별함에 유명세를 탄 그녀가 전시에 오지 못한 독자들에게 직접 작품을 소개하기로 나섰다.
타인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예술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오주석 선생님의 '한국의 미 특강'이라는 책에서 마주한 김홍도 선생의 그림 해석이 지금의 그림을 완성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된다. 수묵은 여러 번 덫 칠을 해도 화면이 탁해지거나 두꺼워지지 않고 오히려 덫 칠을 통해서 투명한 느낌을 줄 수도 있고, 농담의 묘미를 살릴 수도 있는 특징이 있어 아주 매력적이다. 그 매력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게 된 계기가 바로 '내숭'을 접목하게 된 것이다. 이 기획은 타인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어느 날 희화화하는 그림 속 모습이 나임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시선'과 '통념'으로부터 일탈하는 자유의 상태를 지향하면서 고백적 자화상을 그리게 된 것이다.
나르시스
90x72
내숭 시리즈는 이 작품과 함께 첫발을 내디뎠다. 대학생이던 그때는 이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열 장 가까운 종이를 소모했다. 치마의 선, 먹의 번짐, 얼굴의 모습까지 마음에 들도록 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여러 번 새로 그렸다.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 팔지 않고 남겨두고 있다.
나는 니가 필요해
131 x 194
먹색으로 표현한 반투명의 치마는 작업 주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먼저 인물을 누드로 그리고 그 위에 한지로 콜라주를 함으로써, 인물의 속이 비치도록 한 것은 '네 속이 훤히 보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기법이다. 콜라주를 한 것은 속이 비치는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한복(특히 저고리) 옷감의 서걱거림을 담아내기 위한 것이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
129x306
개인적으로는 평소에도 한복을 좋아하고 즐겨 입는다. 한국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한복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한복의 선과 색감, 문양, 그리고 화려한 장신구를 좋아하는 것은 타고난 취향인 것 같다. 한복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작품 속에서 주요 모티프로 사용한 것은 한복이 상징하는 격식과 고상함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복을 입고 아주 편한 포즈로, 일상적이고도 습관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은 극명한 대비 효과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은유함과 동시에 통념으로부터의 일탈이 주는 자유로움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순정녀
112x134
마치 어른을 따라 하는 아이처럼, 순정녀도 프로 선수들을 따라 폼을 잡아본다. 정열과 의지, 노력으로 자세를 가다듬다 보면 나도 프로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순정녀>는 현재 나의 자화상이자, 올해의 대표작으로 꼽고 싶은 그림이다.
올해(2015년) 계획 중인 개인전의 제목은 <내숭 놀이공원>으로, 내숭 연작의 여섯번째 전시다. 사람마다 가진 취미활동과 놀이를 통한 해방공간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더욱 특별하게 단순히 작품 감상의 장소가 아니라, 감상자가 미술작품의 감상이라는 자신의 취미 활동을 실제로 만끽하는 놀이공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화가와 함께 회화와 조각을 경험하고 아이들과 의미 있는 추억거리를 만들면서 놀다가 갈 수 있는, 이벤트와 참여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참여형의 놀이공원을 계획 중이다. 작업의 표현 방법 또한 발전단계에 있다. 그간의 한국화 작업을 유지하되, 새로운 재료들로 표현을 하고 있다. 내숭을 영상으로, 3D프린팅으로, 조소로 우리 생활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 것이 화가 스스로에게도 즐겁고, 보는이에게도 더 편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활동으로 미술이 좀 더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많이 활용되고, 보편적으로 향유될 수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Profile
김현정 팝아티스트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내숭 시리즈는 6번의 전시에 걸쳐 모두 완판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확인했다. 2014년 동아일보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으로 손꼽히며, 20대의 젊은 화가로서 한국 화단의 아이돌, 풍운아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