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현정 ARTIST Hyunjung KIM

Luel(루엘) | 내 생애 첫 화집

매체 Luel(루엘) 구분 잡지·정기간행물 게재일 2017.01.01 관리코드 MI132

패션 매거진 LUEL 2017년 1월호 'STORY' 코너 '내 생애 첫 화집' 특집에 실린 한국화가 김현정의 기고문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화집 <Murakami: Ego>가 작품 운송 비용 등 화가로서의 실무 고민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책이자,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감각과 작가로서의 태도에 큰 영감을 준 첫 화집이었음을 회고했다. 에디터 강보라, 포토그래퍼 신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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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akami: Ego

한국화를 공부하던 내가 최초로 구입한 외국 작가의 화집이다. 얼마나 많이 봤는지 이제는 내지가 너덜너덜하다 못해 떨어져나갈 정도다. 어려서부터 나는 화가들의 생활이 참 궁금했다. 작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라든가 작품을 전시하는 과정 같은 것 말이다. 외국 작가들의 사정을 들을 일이 별로 없다 보니 한국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을 어깨너머로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뿐이었다.

작업을 하면서 부딪힌 문제 중 하나가 작품 운송이었는데 이 또한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었다. 국내에서의 이동은 그나마 나았지만 해외는 문제가 달랐다. 작품 한 점을 DHL로 미국에 보내는 비용이 대략 6백만원. 내 왕복 비행기값의 세 배에 달하는 돈이었다. 대체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그런 때에 무라카미 다카시의 이 책은 정말 유용한 교과서였다. 예컨대 그의 풍선 조형물은 작품의 이동 비용을 고려한 영리한 선택이었고, 전시장 벽면 전체를 시트지로 도배한 것 역시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이 같은 '실무' 외에도 책은 내게 많은 영감을 줬다.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센스, 스튜디오 이름을 자신의 캐릭터 이름인 '카이카이 키키'라고 짓는 위트, 자본주의적 문화 질서를 설명하기 위해 '슈퍼 플랫'이라는 용어를 고안하는 명민함, '야동'도 문화라고 말하는 작가다운 용기까지. 하지만 사실 내가 가장 반한 건 책 표지다. 이 폭신폭신한 표지의 질감을 따라 하고 싶어서, 파주 출판단지를 돌아다니며 가가호호 방법을 물어본 적도 있다. 불량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경고만 잔뜩 들었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 화집도 손에 들어오기까지 곡절이 좀 있었다. 해외에서 들고 오기가 무거워 아마존을 통해 주문했는데, 받아보니 표지가 찢어져 있어 반품 후 다시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이런 재질의 표지를 내 화집에 꼭 한 번 적용해보고 싶다. 김현정(한국화가)